AI 시대, 과학자가 나라의 경쟁력이 된다는 걸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어릴 적 학교에서는 장래희망을 적는 시간이 종종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경찰관, 간호사, 선생님을 적었고, 그중에는 과학자를 꿈꾸는 친구들도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당시의 저는 과학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습니다.
흰 가운을 입고 실험실에서 조금은 기괴하고 신기한 실험을 하는 사람. 그 정도가 제가 알고 있던 과학자의 전부였습니다.
오히려 제 장래희망은 훌륭한 어머니,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대통령이었습니다. 제가 이런 꿈을 꾸었던 때는 198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나라와 가정을 자연스럽게 느끼며 자랐고,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다시 하라고 한다면 절대로 못 할 것 같습니다. 그 자리가 지닌 막대한 책임과 영향력의 장단점을 이제는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의 무게를 상상했던 어린 시절에도 정작 과학자가 세상에 미치는 영향은 알지 못했습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에야 비로소, 그때 막연하게 바라봤던 과학자들이 사실은 세계와 나라를 움직이는 중요한 힘이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AI와 자율주행, 로봇 기술이 빠르게 현실이 되는 시대에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고 지원하는 일이 곧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를 살면서 과학자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AI가 본격적으로 우리 일상에 들어오기 전에도 과학기술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많이 봤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거나 로봇이 사람과 함께 생활하고, 때로는 기술이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모습도 등장했습니다.
그때는 무섭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설마 정말 저런 날이 오겠어?”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영화에서 보았던 그날을 향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하는 생성형 AI
- 실제 도로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술
- 생활 속 업무를 돕기 위해 개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반도체와 AI 엔진
- 의료·바이오·우주·방산 분야의 빠른 기술 발전
특히 자율주행 기술과 AI 엔진, 테슬라가 개발하는 생활 보조형 로봇을 보면서 미래 기술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주 체감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내는 중심에는 과학자와 연구자, 엔지니어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실험실에서 일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과학자들이 실제로는 우리의 생활방식뿐 아니라 산업과 경제, 안보와 국가의 미래까지 바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유럽으로 확대한 이유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유럽으로 확대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정부는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리는 한·유럽 과학기술 학술대회와 연계해 과학기술 인재 유치 행사를 개최하고, 국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의 연구 및 채용 기회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KAIST와 GIST, 포항공과대학교를 비롯해 KIST, ETRI 등 연구기관과 삼성전자, 포스코홀딩스 등 기업도 참여해 해외 인재들과 상담을 진행한다는 내용입니다.
단순히 해외에 있는 사람을 국내로 데려오는 채용 행사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정책의 의미가 그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우주기술처럼 미래를 이끌 분야에서는 결국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 어린 시절 생각한 과학자 | 지금 생각하는 과학자 |
|---|---|
| 흰 가운을 입고 실험하는 사람 |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만드는 사람 |
| 연구실 안에서 일하는 사람 | 국가 경쟁력과 미래를 만드는 사람 |
| 나와는 멀게 느껴지는 직업 | 우리 일상을 직접 변화시키는 직업 |
국가 경쟁력은 결국 인재에게서 나온다
요즘 시대에는 나라의 힘이 경제 규모나 인구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AI, 반도체, 우주산업, 바이오, 방위산업과 같은 분야에서는 얼마나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느냐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나라에 힘이 있어야 국제사회에서도 설 자리가 생기고, 많은 인재가 있어야 AI 분야에서도 추격자가 아니라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국내 연구기관과 과학기술 기업, 방산기업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방위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술과 연구가 축적되지 않았다면 갑자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일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통역 업무를 하면서 과학자이자 사업가인 한 기업의 대표를 직접 만난 경험도 있습니다. 자신의 연구와 기술을 실제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성과를 만들어 낸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재능과 노력, 그리고 기회를 잘 연결해 성공한 사례였습니다. 저는 그런 과학자와 기술 사업가가 한국에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재능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학기술 인재를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특별한 구호보다도 지속적인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더라도 재능과 의지가 있는 학생이라면 장학금을 통해 계속 그 길을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연구자에게 필요한 연구비 역시 상황에 따라 크게 삭감하기보다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연구는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긴 시간 동안 실패와 검증을 반복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 경제적 형편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장학금 확대
-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연구비 지원
- 국내 연구기관과 해외 과학기술 인재의 지속적인 교류
- 연구 성과가 산업과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
- 아이들이 다양한 과학 분야를 체험할 기회
해외 인재를 지원하고 국내 기관과 교류하도록 만드는 일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동남아시아의 한 여학생이 미국의 유명 대학에 합격했음에도 한국의 KAIST를 선택했다는 기사를 보고 무척 반가웠습니다.
한국의 대학과 연구 환경이 외국의 우수한 학생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이런 사례가 계속 늘어난다면 한국 역시 세계의 인재가 모이는 과학기술 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학기술에는 강한 윤리의식도 필요하다
만약 제 아이가 나중에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면 저는 찬성할 것 같습니다.
다만 과학과 기술만큼이나 윤리에 대해서도 강하게 가르치고 싶습니다.
AI는 잘 사용하면 사람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약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전쟁이나 사이버 공격, 정보 조작처럼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국가와 조직이 첨단기술을 악용하는 모습을 보면 두려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과학자에게는 기술을 만들 수 있는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AI가 해도 되는 영역과 사람이 직접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영역을 구분하는 능력, 자신이 만든 기술이 사람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하는 윤리의식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누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과학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특별한 영재교육부터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그 호기심을 누르지 말고 많이 질문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에 관한 질문이든 말입니다.
아이가 계속 질문하면 어른에게는 때로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질문을 멈추게 하기보다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종류를 나누지 않고 책을 많이 읽는 습관도 길러주고 싶습니다.
과학책만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학과 역사, 철학, 경제, 예술을 함께 접해야 사람과 사회를 넓게 이해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드는 기술이 세상에 미칠 영향도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 어른은 어린 시절에는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뛰어난 과학자는 처음부터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아이가 아니라,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계속 질문하며 다양한 책 속에서 답을 찾아가는 아이일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는 호기심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직업이어야 한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안정적인 직업이나 대기업 취업을 먼저 이야기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과학자 역시 자신의 호기심과 관심사를 깊이 탐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훌륭한 직업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파고들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질문하고,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답을 찾아가는 일도 충분히 삶의 길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만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와 사회, 기업과 국가가 연구자를 존중하고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부는 왜 해외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려고 하나요?
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기관과 해외 연구자 간의 공동연구 및 채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Q. AI 시대에 과학자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은 연구자와 엔지니어의 오랜 연구를 통해 발전합니다. 이러한 기술은 산업과 경제뿐 아니라 안보와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Q.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아이의 질문을 막지 않고 함께 답을 찾아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과학책뿐 아니라 문학, 역사,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마무리하며
정부의 해외 과학기술 인재 유치 정책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 늘어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재능 있는 학생이 장학금과 지원을 통해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하고, 그 결과가 산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며 다시 다음 세대의 기회가 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과학자를 흰 가운을 입고 이상한 실험을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은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나라를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과학기술 인재는 앞으로 국가의 미래와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말입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하며 자라길 바랍니다. 책을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좋아하는 것을 오래 탐구하는 일이 충분히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아이들 가운데 누군가는 언젠가 대한민국의 과학자가 되어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세상을 만들어갈지도 모릅니다.
자료 참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 글로벌 한인 과학기술 인재 유치전 유럽으로 확장」, 2026년 7월 20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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